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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개의 만장으로 남은 거인 by amapola

서울광장에 다녀왔다. 

우리 대통령의 영상과 목소리에 울고, 좀 진정이 됐다가도 옆의 사람들이 서럽게 우니 또 같이 울고... 여섯 시간 남짓을 땡볕에서 그렇게 보내다 집에 오니 땀 범벅에 파김치가 다 되었다. 뉴스에서는 아직도 서울 광장에 수만 명이 모여 있고, 또 다른 수만 명이 운구차를 따르고 있고, 화장장에도 수만 명이 기다리고 있다 하니, 추모의 열기가 정말 끝이 없다. 집으로 돌아오며 이제 그만 대통령을 보내드리고 난 내 일상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수없이 다짐했건만, 한 방송사에서 하는 임기 말 우리 대통령의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에 눈물이 나온다. 저 모습 그대로 오래오래 사셨어야 할 분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이제 한 줌 재로 돌아가려 한다. 막 운구가 화장장에 도착해 화염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에 또 눈물이 난다. 오늘 하루 도대체 얼마만큼의 눈물을 쏟은 건지. 눈도 아프고 머리도 너무 아프고. 바람 좀 쐬야겠다 싶어 집 앞의 대학 캠퍼스를 걸었다. 

아직 축제가 끝나지 않았는지 천막에 앰프에 노랫 소리가 들린다. 지금 때가 어느 땐데 축제질이냐 라는 생각은, 솔직히 없다. 당장 내가 상을 당한다 해도 세상은 돌아가는 법이니. 아름다운 캠퍼스를 배경으로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는 영상들을 멍하니 보고 있다 문득 이 젊음들은 최루탄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아마 잘 모를 거야. 봄 가을이면 어김없이 온 동네 구석구석 철통같이 둘러싸고 있는 전경들과 최루탄 연기, 그것들을 뚫고 집으로 가야 하는 불편함의 반복이 일상에서 사라진 게 어언 십년이다. 어떤 집단이 그리도 부르짖는 바로 그 잃어버린 십년 말이다.

나 역시 치열했던 민주항쟁의 끝세대인지라 이쪽으로 뭐 그다지 크게 할 말은 없다. 위의 선배들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켰는지 쬐금은 볼 수 있었던 정도랄까. 태어나서 한 순간도 공기 없이 산 적이 없고 또 그 누구도 내게서 공기를 뺏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기가 있는 삶은 내게 너무나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지금 이 캠퍼스의 청춘들에게는 이만큼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게 된 게 그냥 처음부터 그랬던 거겠지. 이만큼 누리게 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피를 흘렸다고 한다면, 고리타분한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라고 눈을 흘기겠지. 그 케케묵은 먼지 날리던 시절의 거인 한 분이 오늘 영영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의 이런 자유를 알게 해주고 누릴 수 있게 해 준 사람들이 하나 둘 쓰러져 가는데, 피와 눈물로 일구어낸 이 땅의 풀뿌리 민주주의는 강풍 속에 흔들리고 있다. 혹여라도 온 동네를 경찰차와 전경들이 에워싸고 최루탄이 날아다니는 그런 시절이 다시 온다면, 누가 있어 이 자유를 지킬 수 있을까? 선배들의 희생을 딛고 무심히 서 있는 나나 이 젊음들이 과연 그럴 수 있을 것인가?

한없이 작아지는 피곤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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